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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추억 만들기~

popeye 2020. 12. 12. 00:43

올 한 해는 삶의 여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너, 나 할 것 없이 

2020년은 모두 집 주위만 돌아다녔을 터

그러던 중 진짜 오랜만에 

지인과 함께 청송을 들렀던 이야기~

 

'주산지'는 1720년(경종 1년) 8월에 착공하여

이듬해 10월 완공된 농업용 인공저수지로

주차장에서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도착 가능^^​

그런데 이른 새벽 동트기 전에 이곳을 간 이유는

딱 한 가지!

물안개 속의 왕버들을 찍기 위함이기에

운무가 깔린 어스름한 새벽의

신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는데

보시다시피 이렇게 훤하게 보이니...

 

하지만 주산지의 잔잔한 수면에는

색색의 단풍나무들이 반영되어 보이고 

맑으나 흐리나, 푸르나 붉으나 언제나 아름다운

주산지의 사계절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주산지는 뜨거운 화산재로 만들어진

용결 응회암이라는 단단한 암석이 아래에 있고,

그 위로 비 용결 응회암과 퇴적암이 쌓여

전체적으로 그릇 모양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길이 200m, 너비 100m,

깊이 8m의 작은 호수지만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이유는

바로, 비 용결 응회암과 퇴적암이

 물을 머금고 있다가 흘려보내기 때문에

이처럼 풍부한 수량이 유지될 수 있다 한다.

이 신비로운 풍경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목처럼 주산지의 아름다운 사계절은

언제나 방문객을 흐뭇하게 만들고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도 선정됨^^

그렇게 주산지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로 그 유명한 '달기약수'원탕을 찾았다.

 

달기 약수는 조선시대에 발견돼

지금도 마르지 않는 천연 탄산 암반수로

쌉싸름 하고 찝찌름한 독특한 맛이 나는데

이른 새벽이라 줄을 설 필요도 없어

쉽게 페트병에 약수를 채웠다.

 

나중에 그 달기약수로 닭백숙을 했는데

그 맛은 진짜 엄지 척!!!

이제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 국립공원에 들어선다.

단풍 제철에는 최소한 1~2시간을 기다려야

주차장으로 진입 가능하다는데

늦게 간 덕분에(?) 하나도 안 밀리고 입장^^

 

주차장에서 나와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식당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올라가는 길에 물도 주고 더덕 막걸리도 주고

인심 최고! 마케팅 제대로 하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서 10분 정도

식당가를 지나면 매표소가 나타나고

그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신라시대에 세워진 천년고찰 ‘대전사’ 등장!

 

이 첫 장면에 모두 와~~~

이래서 주왕산~ 주왕산~ 하나보다^^

태백산맥의 남단에 위치하는 주왕산(721m)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석병산으로도 불린다.

 

주왕산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진나라에서 주왕이 이곳에

피신하여 왔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산봉우리, 암굴마다 주왕의 전설이 얽혀 있고

길은 정말 공원처럼 평지길인 데다

양 옆의 모습 또한 정말 환상적이다.

대전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의 용추, 용연 폭포 등 온 가족이 편안하게

(유모차를 끌고 가기에도 힘이 안 드는)

걷기 편한 대표 탐방코스 주왕계곡 코스로~

평균 연령이 70이라 무릎 보호 차원^^ 

 

주봉으로 향하는 들머리에 설치된 조형물

주왕산에 서식하고 있는 '솔부엉이'이다.

​돌을 던져서 바위 위에 올라가면

아들은 얻을 수 있다는 "아들바위"인데

아이가 기를 쓰고 올라갈 때까지 계속 던진다. 

이제 아들 낳을 이유가 없기에 그냥 패스^^

걷다 보니 곳곳에 어린이들 작품이 보이는데

조금 지나서 알았다.

'가을 숲 시화전'이 열렸다는 것을...

가을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단풍이 많지 않지만

 흐르는 계곡물과

향기 넘치는 비경이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주왕산의 시그니처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

이제 진짜 주왕산의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기암 담애가

우뚝 솟아있는데.

화산재가 식으면서 생겨나서 단애를 이루었다.

 

이어서 만나게 될 곳은 주왕계곡 코스

아니 주왕산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 용추 협곡!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중

경관 부분 우수상을 받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기암 사이로 협곡이 있고

장미의 위험한 아름다움처럼

한국의 3대 악산인 설악산, 월악산, 치악산에

주왕산과 월출산을 더해 5대 악산으로 꼽는다.

주왕산이 깊어질수록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 보니

등산의 피로함도 느낄 틈이 없고

​드디어 처음 목적지인 용추 협곡에 도착!!!

두 번째로 만난 대표적인 암석은 시루봉!

 

시루봉은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측면에서 보면 사람의

옆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방향에서 보면 음영에 뒤섞여

보는 이의 상상을 마음껏 하도록 해주는 바위^^

 시루봉 바위는 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생겼다.

용추 협곡이 나타나면

사람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다들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서~

 

용추폭포는 3단으로 구성된 폭포로

용이 승천한 폭포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무척 신비롭고 신선들이 살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이 나고

 진짜 와~아 할 정도로 감탄이 나왔다.

용추폭포에는

선녀탕, 구룡소라고 불리는 돌개구멍이 있는데

'돌개구멍'은 암석의 깨진 틈을 따라

자갈과 모래가 갇혀 물과 함께

소용돌이치면서 생긴 원통형의 구멍을 말한다.

단풍 시즌에는 산객과 여행객들로 빼곡해

등 떠밀이 놀이(?)하는 이곳이

관광객이 많지 않기에 조금만 버티면

좋은 위치에서 마음껏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틈새 사이에 살짝 마스크를 벗는 분도~)

바위틈 사이에 보이는 '학소대'에서는

청학과 백학이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살았단다.

주상 절리는 단면의 모양이 4~6 각형의

긴 기둥 모양을 이루는 절리로

주로 화산 지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화산암인 현무암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빠르게 식는 암석에서

기둥 모양의 틈이 생긴 것이 주상절리다.

비록 무릎은 시원치 않아도

왔던 길로 다시 가기 싫어 옆길로 들어섰다.

 

이길로 가면 주왕굴을 만날 수 있다기에...

주왕암 안쪽으로 가면 철계단이 연결되고

대략 100개 정도의 계단을 가면 굴이 나오는데

굴 자체로도 웅장하고 멋있으니

꼭 한 번씩 들르시길~

비나이다~비나이다~ 온갖 소원들이 가득

 

굴 바로 앞에 폭포처럼 물이 흐르는데

요즘 비가 오지 않아 비경을 보지는 못했다.

​ 그러나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가을빛으로 변한 곳이 있는가 하면

초록색인 활엽수도 제법 있는 재미있는 주왕산.

단풍 시즌에는 이미 늦었다는 대표적인 모습

저 무수히 달린 확성기는

아마도 여름 폭우 긴급 상황에 쓰려는 모양이다.

주왕산이 속한 청송군 전체가

우리나라 두 번째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될 만큼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며

특히 주왕계곡 코스는 폭포뿐 아니라

각종 기암괴석이 즐비해

걷는 즐거움이 또렷한 코스이다.

다시 보아도 멋진 대전사에서의 절경!

 

주왕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면적이 제일 작은 공원이지만,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폭포, 주상절리 깎아지른 수직 절벽 등

과학적 중요성 , 희귀성, 시각적 아름다움...

이처럼 충분한 가치가 충분한 명산이다.

귀하디 귀한 단풍 다시 한번 찰칵!

이 단풍들이 노래를 해준다. '주왕 주왕~'

푸르른 하늘만이 저만치에서 가을의

깊은 맛과 아름다운 향연을 손짓으로 전달하듯

그렇게 가을을 가슴으로 보고 눈으로 담고

스쳐가는 실바람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을 향기로 음미하는

주왕산 국립공원 가을 산행은 여기까지~​

 

내려오다 보니 만물상이 보인다.

아마도 없는 것이 없을듯한데

소품에서 추억의 장난감까지 수두룩...

주왕산을 뒤로하고 들른 곳은

청송 심 씨 본향으로 잘 알려진 '청송 송소고택'

국가 민속문화재 제250호

 

이 집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 세손 송소 심호택이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마을로 옮겨오면서 지은

99칸의 저택으로 1880년 경에 건립되었다.

 

대문은 솟을대문으로 홍살을 설치하였으며

건물마다 독립된 마당으로 공간이 구분되는 등

상류층 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과 정원

그리고 주인이 거쳐하였던 큰 사랑채가 있고

우측에 작은 사랑채가 있다.

 

대문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헛담'을 기준으로

남자들은 왼편으로 해서 행랑 쪽으로

여자들은 오른쪽으로 해서 안채로 들어가도록

공간 분리를 위한 배려의 내외 담이라 한다.

 

그때는 '남녀 칠 세 부동석'이었으니...

고택 뒤로는 사왈산의 산줄기가 고택을 감싸고

좌우 계곡의 바람과 물로부터 보호하고 있어

 배산임수의 모양을 띄고 있다.

흔히 말하는 명당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곳^^

사랑채와 안채는 'ㅁ'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으며

독립된 마당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어

조선 후기 상류층 주택 특징이 잘 드러난다.

조선시대 12대 만석꾼으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와 함께

9대에 걸쳐 250년 만석의 부를 누린 종택으로

지금은 한옥스테이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보이는 곳은 큰 사랑채 방

 

추억의 저 하얀 고무신은 '말표 고무신' ㅋㅋ

굴뚝이나 장독대 모두 긴세월을 잘 지켜낸 듯~

사람이 지내고 있어 아궁이에는 장작이 활활~

명성왕후 시해 사건 이후 들끓었던

전국의 의병에게 기장 많은 군자금을 전달하며

국채보상 운동에 참여하여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집안!

 

마루에 대청마루를 걷어올려 환기가 슝~슝

이름하여 '들어 열개 문'

조상님들이 지혜가 엿보이는 순간^^

이 녀석 졸고 있다가 사람 인기척에 본업 돌입

(저 안 졸았어요, 근무 중 이상무!)

 99칸이란?

방의 칸이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를 뜻한다^^

송정고택은 1914년에 지어진  송정 심상광의

살림집으로 송소고택 바로 옆에 위치했다.

닭들은 정원을 여유롭게 걸으며 먹이활동 중

모과나무에는 모과 몇 개만 덩그러니...

청송 여행은 단연 주왕산과 주산지가 주연이고

송소고택, 달기 백숙, 사과는 주연급 조연^^

 

 가을 하늘은 높고 공활하다더니

이제 때아닌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고

코로나와 미세먼지 피하랴 참 퍽퍽한 일상에서

이럴 때 좋은 여행지 방문 한 번으로

일상에 생기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청송에서 추억 만들기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