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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에~~~

popeye 2020. 11. 28. 04:52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면 생각나는 

이영훈 곡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 

 

하지만 오늘은 덕수궁이 아닌 미술관으로~

덕수궁 돌담길 따라가다 이 조형물이 나왔을 때

왼편으로 조금 올라가면 나타나는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미술관 바로 앞 청동 인물상 '생각하다'

 

현실 속의 특정인이 아닌 관념적 인간을

재현한 작품으로 배형경 작가는 조형적으로

인간의 몸 형태를 빌려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 주고자 했다.

 

따라 하며 사진 찍으면 재미있을 듯^^

1층 진입하자마자 보이는 임동식 특별전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전시는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몸짓, 몰입, 마을, 시상으로 작가의 퍼포먼스에

이어 사실과 상상의 영역을 넘나드는

회화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지배적 경향에 휩쓸리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온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본인만의 예술 어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순간의 행위를 기록한

사진과 단상은 재편집되어 작품집으로

아카이빙 되거나 전시로서 소개되기도 했다.

 

자연 미술이라 자연을 소재로 가져와

설치나 조각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영상 영사된 형식 등

다양한 물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떠내려 오는 폐목을 세우며 '일어나'라고 외친

그 남자의 정체는?

 

폐목을 발견하고 일으켜 세우는 퍼포먼스로

어떠한 계획 없이

자연 현장의 상황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아내는 야투의 특징이 드러난다.

'화석 캐기'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채로

지구의 역사 인류 변천사가 들어있는 자연물인

화석을 캐는 행위는 어떤 의도성 없이

자연을 맞아들이는 야투의 자세와 닮아있다.

 

사진 이미지를 인화지에 현상된 물성만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스크린에 띄우고

원본 필름을 스캔하여 고해상도로 보여주며

바닥에 뉘어진 화면에서 또 보여준다.

순간을 기록한 사진에서는 햇살이 비쳐 생기는

물비늘이 거의 안 느껴지지만 

그 퍼포먼스를 회화로 옮긴 작품에는

마치 은하수처럼 빛나고 있는데

작가의 주된 관심은 자연과 생명 억압에서

자연으로 도망친 것이 아닐까?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굴하듯

자연의 말을 캐내고 물의 흐름을 느끼며

흐르게 하는 것은 자연 속으로 돌아가려는

살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몰입' '... 드로잉은 작은 돌을 던졌는데

파문이 크게 일어나는

그런 것에 비유할 수가 있어요.

여러 가지 자기 생각을 펼쳐보면서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엄청 재미있어요. 몰입된 상태죠'

 

작은 사진들과 큰 화면 스케치들과 대형 캔버스

하지만 흐름을 깨지 않는 동선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둘러보기 좋았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순간들을

타이틀별로 나눠 전시되어 구성도 탄탄하지만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는듯한 느낌

함부르크 유학시절 작업된 퍼포먼스 작업은

음향 시각 놀이, 환영 놀이, 매체 놀이로

구분되어 재 편집되었는데

그 활동이 놀이라 불릴 만큼 신나 보인다.

'몰입' 섹션에서 선보이는 예술 시도는 

함부르크 바 티그 갤러리에서 진행된 전시 제목.

 

'음의 윤회' 소노 시트는 본 전시에 소개되는

유일한 사운드 작업으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리에서

자연의 소리를 발견하고

그 유사성을 들어 냄으로써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표현했다.

청진기를 색연필, 사인펜, 볼펜 등의 되고

들리는 소리와 느낌에 따라서

드로잉을 하는 퍼포먼스로 그림 도구와 종이에

마찰로부터 생기는 거친 소리

미끄러지는 소리 등을 시각화하여

눈과 귀에 감각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토끼를 산에 묻어주고 돌아오는 길에 

토끼 귀와 닮은 나뭇잎을 발견하고는~ '토끼'

'친구가 권유한 방흥리 할아버지

고목나무 여덟 방향'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수백 년 된 고목나무의

느낌을 동서남북의 네 방향, 여덟 방향

사계절 둥 다양한 시점에서 관찰하고 남겼다.

1990년대 초 공주시 원골마을에서 문명사회 

이전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생활을 시작한다.

 

예술작업을 '짓거리'로 하는 작가는

농사 '일거리'속에 사는 분들과 예술의 근원을

마을 공동체의 삶에서 찾아 작품을 완성했다.

자연이 살아있는 그곳은 문화적으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자연 예술가와 화가 -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일한 공간에서의 4계절을 표현한 작품인데

작품에서 순수한 우정이 느껴지고

 친구의 머리에는 서리가 내렸다.

 '오름길'

동양화 산수화 시작하듯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따라 그림은

야트막한 언덕의 계절을 그려냈는데

이 작품에도 마음이 끌린다.

'고개 숙인 꽃에 대한 인사 - 아침, 정오, 밤

시간대별로 까치, 참새, 부엉이가 등장^^

작가의 퍼포먼스는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며

일관되게 자연을 탐구하는 걸 느끼며

슬그머니 전시장을 나왔다.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

2층 전시관인데 촬영이 안되니 ㅠㅠ

직접 방문해서 보시기를~

 

 

 '허 스토리'는

1980년대 가정 안에서 규정된 

여성의 역할, 혼란한 시대상에 대한 인식,

여성 억압에 대한 암시 등

그들이 일상에서 마주친 사회에 대한

생각과 개인적 갈등을 보여준다.'

'집을 점령한 여인'은 결혼 이후

뒤바뀐 생활방식과 그 안에서 느낀

성적 불평등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된 작품.

 

화려한 치장 없이 수더분한 외모에

이상화되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여인은

굳게 다문 입매와 또렷이 정면을 응시하는 눈

다부진 어깨 등으로 이 집을 살뜰하게 꾸미며

가정을 수호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왼편은 '김치 담그기' 오른편은 '장롱 속의 여인'

'나무'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익숙한 경험

새마을 운동이 중요한 바탕이 되는 작품으로

국민들의 일상을 통제하기 위해

마을 곳곳에 스피커가 설치되었는데

통제받는 국민들의 압박감을 표현한다.

 한국 정치 상황에 맞물려

언론 매체에 빈번히 등장하던 문장과 단어들이

서로 겹쳐지고 엉켜서 화면에 쓰이는데

문자들은 서로 대항하고 겹치고 엉키면서

획들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길'

'올려보자' '봄날에' '면장갑'

여성 노동자와 농촌 여성의 모습 등을 통해

건강한 노동의 가치를 표현한 목판화이다.

 

판화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회 현장이나 노동 현장에서 다량으로

유포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민중 미술운동에서 많은 작가들이 사용했다.

'자화상'에서 박영숙은

사진 속에서 유방암 수술로 잘라 낸

한쪽 가슴을 당당히 드러내고 여성이 무엇으로

여성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윤석남은 의자 위 목조 여인상의 한쪽 가슴에

전구를 부착하여 없어진 가슴을

빛으로 밝힌다. 

 미국으로 어릴 때 이민 간 작가가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자신의 이중 정체성의 심리를 드러내며

동양계 이민자들을 억압해온

선입견을 노출시킨 '자기 만들기'

굵직한 소나무가 드리워진 호젓한 풍경과 함께

나무 밑에서 휴식하는 인물을 그린 '소나무'

 

소나무는 남편 또는 가정을 은유하는데

소나무를 베어내기 보다 그 아래서 휴식을

취하면서 공생하는 쪽을 택한다.

'하나의 사건'은

퍼포먼스라는 장르 특성에 대한 탐구,

비물질적인 예술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식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퍼포먼스를 향유하는

양상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얼굴이라는 같은 이름에 저마다 다른 형과

얼굴태를 가진 다양한 생김새들

우리 사는 세상의 군상과도 같아 보인다^^

자세한 설명도 없는 이 퍼포먼스들은

나로서는 너무 이해가 어렵기에

그냥 상상의 나래만 떠올리며 돌아다녔다 ㅠㅠ

'더 이상 죽은 사람의 사진을 찍지 마세요'

일단 모습이 신기해서(?)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 문구가...

 

전시 동안 퍼포머의 릴레이 참여로 진행되며

퍼포머의 심장 박동은 카메라 셔터와

플래시의 트리거가 되고 찍힌 이미지는

전시장 벽에 실시간 계시된다.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의 형식을 통해

환경의 위기와 공감 젠더의

문제를 다룬 '소프트웨어 가든'

 

스크린의 바깥과 스크린이 뒤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게 만드는데

 트랙의 제목을 인쇄한 비닐봉지로 만든 설치,

손으로 그린 포스터와 드로잉이 포함된다.

창문 밖으로 덕수궁의 가을 모습이~

이 치마는 실제적으로 관객들이 입어도 되고

치마를 입고 돌면

천 위에 그려진 그림과 문장이 공개된다는데

입을 사람이 없어서 ㅠㅠ

 

아래 화면은 '짱구는 못 말려'

햇빛이 반짝이거나 구름이 지나가는 등

날씨와 시간을 보여주는 짧은 화면들을 모아

각기 다른 세계의 다른 모니터에 설치하여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세계에서의

시간을 보여주는 영상 작업이다.

아주 길쭉한 터널을 오래 걸어가야 볼 수 있는데

스크린이 엄청 작았지만

소리는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하는 선'은 리본이 공중에 설치되었는데

추상적인 드로잉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여기에 풍경을 달았는데

실제로 풍경 소리가 났으면 좋으련만...

솔직히 미술에 관심이 '1'도 없었지만 

미술관을 다니다 보니 그릴 줄은 몰라도

점점 내적으로 충만한 좋은 느낌이 온다. 성공!

저쪽에 정동 제일교회, 정동 극장이 있는데...

지금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고궁이나 박물관

미술관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니

반드시 확인하고 예매하시기를...

 

'여행은 사람을 순수하게 그러나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