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중단 되었던
덕수궁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 및 순라행렬'이
재개되어 오랜 기다림 끝에 구경을 마치고~
덕수궁 석조전 앞에서 시원한 분수를 보며
마음의 여유로움을 찾아본다^^
분수대 바로 앞 '국립 현대 미술관 덕수궁'
이곳에서 전시회를 관람 하는데...
혹시 여성 미술가 '박래현'을 아시나요?
그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국전에서 연이어 대통령상을 타면서
화단의 정상에 오르신분
흔히, 그를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 규정하지만
가사의 굴레와 김기창의 그늘에 같히지 않고
예술의 주재와 재료 기법을 찾아냈다.
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
왜 그를 삼중통역자라 부를까?
청각 장애를 가진 김기창 화백의 아내로
영어,한국어,구화(구어)를 넘나드는
언어 통역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의 삼중 통역은
회화,태피스트리,판화라는 세개 매체를
넘나들며 연결한 그의 미술세계를 보여주는데
한국 화단의 견고한 '유리 천장'과 맞장(?)을 뜬
그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조선미술 전람회 총독상 수상작 1943, '단장'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 1956, '노점' 종이에 채색
시장을 오가며 마주친 평범한 풍경들이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색면,
담채의 맑은 색상, 예리한 필선에서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
평소 생활 주변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색상 배합에 대하여 예민하게 집중했던
여성화가 박래현의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많은분들이 관람을 하고있는 이 작품은 '향연'
항상 전시회나 박물관에 가면 느끼는 공통점
관람객중 여성이 거의 80% 이상^^
군동, 1943, 종이에 채색
'1부 한국화의 현대'
초기에는 일본 유학의 영향으로
일본의 채색화로 화업을 시작했으나
점차적으로 전통에서 벗어난 화풍을 시도하고
실험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귀국후 10년만에 현대에 어울리는
한국화 창작에 노력한 결과
화풍이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으며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색면,담채의 맑은 색상이
예전과 완전히 다른 화풍이다.
'새' 대한 미협전 대통령상 수상작 '이른 아침'
회고, 1957
밤과 낮, 1959
두 여인의 뒤에는 똑같은 인물의 이미지가
숨겨져 있으며 각각 밤과 낮을 상징하는
고양이와 가면들이 그려져 있다.
'2부 여성과 생활'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로 살았던 박래현이
예술과 생활의 조화를 어떻게 모색했는지
또한 여원, 주간여성 등
여성지에 실린 작품들이 보이고
국전에 입상한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작품이 전시된 섹션이다.
'봄' 1956
이 작품은 박래현과 김기창의 합작이다.
박래현이 먼저 등나무를 그린 뒤
김기창이 참새를 그리고 글을 썼다.
1956년 연이어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중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이며
박래현의 힘찬 붓질은
기량이 무르익은 화가의 자신감이 보인다.
정물 1954, 자매,창 1956
아침 6시쯤 일어나 기저귀 빨기,밥 짓기,
청소하기 아침식사가 끝나면
이것저것 치우고 닭의 치다꺼리,아기보기,
정오면 점심 먹고......
저녁 먹고 곤해서 좀 쉬는 동안에 잠이 들면
자, 그러면 본업인 그림은 언제 그리나
-결혼과 생활, 1948-
박래현,김기창,천경자,노수현,김은호,이기우,
김충현,손재형,김응현,이철경
십명가서화합벽, 1974
성신여자 대학교 설립자인 이숙종 여사
칠순 기념으로 서예가와 화가들이 함께 제작^^
정물, 1960
생, 새, 1961
국화,매화도 1960
'3부 세계 여행과 추상'
1960년대 세계 여행을 다니며
박물관의 고대 유물들을 그린 스케치북을 통해
독자적인 추상화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추적해본다.
본격적으로 추상화 제작에 몰두한 시기의
작품들은 크기가 대형이고
한지 재질의 번지는 특성이 두드러져서
실제 관람하는 것과 사진의 차이가 큰 편이다.
해벽,젊음의 초연 1962
한지에 색채가 흠뻑 스미고 번지면서 섞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1966년대 초반 작품들
잊혀진 역사 중에서는 서로 다른 원형들이
검은선으로 연결되고 서로 다른 색채가
한지에 흠뻑 스미고 번지면서
섞이는 모습을 통해 역사를 형상화 하였다.
영광, 1966
이 작품은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선발 되었을때 출품한 작품으로
원시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작품, 1963
여행하며 서구 미술과 세계 문명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원시 미술에서 영감을 받고
그 결과 찬란한 황금빛 유물과
전통 가면을 재해석해 구불거리는
황색띠로 가득 찬 새로운 추상화를 탄생시켰다.
노란색은 태양,붉은색은 인간의 생명
검은색은 시대를 상징한다.
박래현은 인형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
결혼 후에도 여행을 다니며
세계 각국의 인형을 수집하였다.
해외 여행에서 남긴 스케치 북은
즉흥적으로 이미지를 골라내는데 쓰였다.
태피스트리, 1966
'4부 판화와 기술'
판화와 태피스트리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동양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자 도전한다.
100년전 이땅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시대의 한계와 편견을 벗어나 만족할만한
미술가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따뜻한 인간애에 심성이 깊었고
가정에서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역할까지
소홀함이 없었던 박래현!
계절의 인상, 1971
바다의 현상, 1970~1973
태양의 시대, 1972
전시장은 칸막이로 공간을 여러개 나누어서
마치 작품들과 숨바꼭질(?)하는 느낌의
특이한 공간 디자인이다.
작품,1973 황혼지대,1971
작품, 1970~1973 태피스트리
(여러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미국 유학 시기에 제작한 태피스트리는
스테인레스,노끈,커튼고리,단추 등
다양한 사물을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었다.
박래현(1920~1976)은 말했다.
'나의 하루는 24시간으로 모자라요'
확실히 그녀는 과로했고
아내,어머니,예술가로서의 삼중의 삶은
그의 삼중통역과 마찬가지로
너무 버거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 미술 과목은
거의 'F' 학점으로 일관해서 미술은 잘 모르지만
작품에서 나름 진한 감동을 받고
여운을 남긴채 가을의 덕수궁에 취해본다.
이 뿌리 모두가 한 그루에서 나온것인데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
2021.1.3 (일)까지 전시되니 꼭 관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