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는데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려 했지만
비가 도와준(?) 덕분에 여유가 생겨
슬며시 가랑비 맞으며 성북동을 찾았다.
4호선 한성대 입구역에서 내려
처음 찾은 곳 '최순우 옛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자이자 국립박물관장을 역임한
최순우 선생의 안목이 깃든 한옥으로
박물관으로 운영하며
전시, 문화강좌, 시민참여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함께 하고 있다.
예전에는 집안에 우물이 있었고
두레박도 있을법한데~
통나무 속을 파서 만든 그릇 '함지박'
'실내 전시 관람을 원하시는 분은
자원활동가에게 말씀해 주세요'
허락을 얻었지만 실내 출입이 안 되어
밖에서 촬영 하면서
섭섭한 마음 보다 무언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다음 목적지 이종석 별장을 찾아가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소소하지만 한옥들이 가끔씩 나타나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원래 계획에 없던 목적지 발견
'한국순교복자 성직수도회'
한국 가톨릭 최초의 내국인 남자
수도회의 본원으로 역사적, 종교적
가치가 큰 건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는 피정의 집으로 사용
성인조각상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 성인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종석 별장'은 이정표도 없어
내비게이션이 없었으면 찾지 못할 뻔
조선 말기의 부호이자
보인학원 설립자인 이종석이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한옥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문학인들이 모여
문학활동을 하였다.
처마 밑에서 비 소리를 듣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음을...
뒤뜰 장독대며 담장의 가녀린 풀까지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이애서 만해 한용운 '심우장'으로~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자
님의 침묵의 시인 '만해 한용운'
심우장은 만해가 거처하던 곳으로
조선총독부와 등지기 위해
북향으로 지었고
'소를 찾는다'는 뜻의 심우는
깨달음에 이르는 10단계를 말한다.
조선의 불교를 개혁하려고 했던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이며
근대문학에 큰 업적을 남긴 시인 한용운
'마저절위'
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제자 효당 최범술에게 써준 글
'오도송'
만해가 39세가 되는 1917년 12월
늦은 밤 백담사의 암자인 오세암에서
진리를 깨닫고 지은 글
아까 오를 때 못 본 글 읽으며 내려가기
가느다란 가랑비를 맞으며
좁디좁은 골목을 유연하게(?) 헤치며
길상사를 찾아간다.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 '길상사'
속세에서 진리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길상사 일주문
석가 탄신일 덕분에
온갖 아름다운 연등을 원 없이 구경^^
법정스님이 종교 간의 화합을 염원하여
법당에 자리한 조각상
수령 300년을 넘긴 느티나무 아래
작은 연못에도 연등이...
길상화 보살님의 공덕비가 있는 공간
법정스님 진영을 모시고
스님 저서 및 유품을 전시한 '진영각'
마을버스를 타면 조금 편하겠지만
뚜벅이가 좋아 그냥 걷기로~
내가 믿는 종교도 좋지만
타인의 신앙도 인정해 주었으면...
예전에 그렇게 보였는데
성북동 길은 태극기와 외국 국기가
나란히 가로수를 지키고있다.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는 성북동길
걷기 좋은 곳으로 추천을~
오늘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았던
성북동 탐방은 기대 이상 좋았고,
비가 내린 덕분에 동네 곳곳의 운치를
제대로 느껴본 반나절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일단 시작해라 나중에 완벽해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