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리게 했던 기나긴 시간도
봄꽃의 청아함에 모두 물러났다.
삶의 하루하루를 꾸며가는 어느 날
고궁 나들이에 나섰다.
앙증스러운 꽃 몽우리는 삐진 듯
입을 앙다물고
변함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이
경이롭기에 고궁 나들이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걸어본다.
봄은 환상이기에 간직하고 싶다.
봄소식을 안고 온 그윽한 연두색과
영롱한 고궁의 봄꽃을 보며
나를 돌아보는 그 길에서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