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눈 - 그 마지막 이야기

popeye 2021. 1. 30. 03:42

평소에는 감히 범접을 못하다가

우연히 올해 초 눈 내리는 모습을 담으러

야간에 뛰어 나가고부터

올해만큼은 눈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여전히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기다리고 있는데

10시경 강한 돌풍과 함께 눈이 펑펑 내리니

빛의 속도로(?) 집을 나선다.

지하철로 향하며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

일단 시청 방향으로 정했다.

 

덕수궁에 도착해 보니 잠깐 내린 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복이 쌓였는데

 

헐~ 대박!!!

발자국 하나 없는 저 눈 위를

마치 레드카펫(?)의 주인공처럼 뚜벅뚜벅^^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참, 고와도 너무 고운 설국의 모습!

셔터를 누르면서도 그냥 입이 떡 벌어진다.

'덕수궁'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 소개드렸기에 

오늘은 눈 구경만 실컷 하는 걸로 ㅋㅋ

 

코로나 때문일까? 아니면 폭설 때문일까?

방문객이 보이지 않으니

잠시나마 나 혼자서 사진을 찍는 기적(?)이~

이럴 때마다 아쉬운 점 둘이 있으니~

 

이 멋진 풍경이 보여주는 모습을

사진으로 예쁘게 담아내고 글도 잘 쓰고 싶은데

사진은 많이 부족하고 글도 엉성하니

어쩌면 이것이 나의 한계인 듯ㅠㅠ

중화전 뒷모습과 나무에 어설프게 매달린 눈이

조화롭게 잘 어울려 보인다.

고궁과 눈의 아름다움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와가 아닐까?

 

검정 기와에 소복이 내려앉은 하얀 눈

 아름다운 단청색의 조화는 백미 중의 백미다!

덕수궁 뒤편에도 발자취가 있기는 하지만

혹시나 눈을 다 치울까 봐 바쁜 걸음으로 이동!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발에서 들리는

'뽀드득뽀드득'소리가 마냥 정겹게 들려오고~

담벼락에 정겹게 소복이 쌓인 눈과 기와

 그리고 눈 위를 자연스레 걷는

저 모습이 오늘따라 매력적으로 보인다^^

담 너머로 미국의 성조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니

저기가 미국 대사관저 자리이다.

눈, 아무리 보아도 예쁘기만 한데

바람이 부니 눈이 낙엽처럼 떨어지기도 한다.

새하얀 눈과 단청의 채색이 제법 잘 어울린다.

 

여기서 잠깐!

목조 건축물에 '단청'을 하는 이유는

목조의 단점을 보강하여 건물 수명을 늘리고

건물의 기능과 위계성에 맞추어 

아름답게 장식하고

오행사상을 상징하는 靑 赤 黃 白 黑의 

5 방색을 기본으로 다채롭게 그려내는 것이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세갈레 길에서 왼편으로 향한다^^

열심히 제설작업 중인 분들께 미안한 마음에

 내 발자국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름 먼길로 돌아다녀 본다.

마주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가운데

고즈넉한 고궁의 풍경과

덕수궁 돌담길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뒤로하고 이제 청계천으로~

광화문 뒤 북악산은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사이에 눈이 그쳤는데

문득 두물머리 갔을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하늘이 뚫린 듯 눈이 펑펑 퍼붓다가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아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청계천에서 종로 3가 쪽으로 뚜벅뚜벅 

자전거만 보면 꼭 찍고 싶은 충동이 스멀스멀~

빌딩 사이로 걷고 있는데 남산타워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슬며시 머리를 내밀기에

성의가 갸륵해 보여 딱 한컷만 찍었다 ㅋㅋ

탑골공원은 여전히 문이 굳게 닫혀있다. 

눈 이야기 시작할 때는 단편으로 끝내려 했는데

팬(?) 여러분의 '앙코르' 소리에

그만 다섯 번이나 글을 올리긴 했는데

부족한 글에도 격려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드려유~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