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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봄

popeye 2024. 4. 16. 08:15

겨우내 움츠리게 했던 기나긴 시간도

봄꽃의 청아함에 모두 물러났다.

삶의 하루하루를 꾸며가는 어느 날

고궁 나들이에 나섰다.

 

앙증스러운 꽃 몽우리는 삐진 듯

입을 앙다물고

변함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이

경이롭기에 고궁 나들이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걸어본다.

봄은 환상이기에 간직하고 싶다.

 

봄소식을 안고 온 그윽한 연두색과 

영롱한 고궁의 봄꽃을 보며

나를 돌아보는 그 길에서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