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사찰 숲 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붉은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눈물을 흘려도
미소를 머금고 그리움을 토해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맞이한 꽃무릇
붉은 그리움으로 방긋방긋
얼굴을 내밀며 사찰 숲 속에서 속삭인다.
이른 아침 동트기 전 길상사를 방문하여
꽃무릇과 데이트를 즐기는데
어느새 동녘의 해가 얼굴을 내민다.
자비로움이 가득한 경내의 모든 것들
보고 싶어도 이 생에 볼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만 절절해
이리 붉게 피어나 가는 길손 부여잡는구나
가을이라 감사하다.
무더웠던 여름 뒤에 가을이라 더 감사하다.
덥다고 덥다고 했는데
선선하다고 잠시 그러다가
춥다고 춥다고 하겠지.